증시 전문가들 "도이치뱅크 구체 리스크 확인도 어려워…불확실성 커"
미 신용평가사 S&P, 도이치뱅크의 고위험 채권 신용등급 'B+'로1단계 낮춰
독일 코메르츠방크, 프랑스 소시에트제너럴 등도 수익성 악화 시달려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유로존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유럽에서 재발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0.87포인트(0.58%) 떨어진 1850.67로 출발했다. 장 초반 낙폭이 확대되면서 1850선 마저 붕괴됐다. 코스닥지수는 패닉 수준의 장중 3.15%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통화정책과 국제유가 하락, 일본증시 급락, 북한 리스크가 겹치면서 악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이같은 약세장에 유럽 악재도 한 몫하고 있다.
HMC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북한, 유가 이슈 보다 유럽 재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새롭게 부각된 유럽은행 부실화 악재로 인해 최근 순매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외국인 수급의 긍정적 변화를 재차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럽 은행의 부실화 우려를 자극한 것은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다. 도이치뱅크가 조건부후순위 전환사채(코코본드)의 이자를 내년에 지급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코코본드는 회사가 어려울 때 채권에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부증권이다. 발행한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 투자자가 원금과 이자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독특한' 조건이 달려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위험이 크지만 기존의 다른 채권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도이치뱅크 코코본드의 이자미지급 우려는 최근 2분기 연속 당기순손실(81.3억유로)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코코본드의 경우 이자지급가능 이익이 없으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심각한 자본훼손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자미지급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은행의 당기순이익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은행들은 최대한 이자가 미지급되는 상황은 피하려 하겠지만, 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 이후 은행의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고, 신흥국과 유가관련 산업 리스크로 은행의 수익성과 지급여력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연구원 "도이치뱅크의 실적악화와 추가 부실 우려가 존재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리스크는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도이치뱅크의 문제해결 능력에 확신이 없는 한 불확실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1일(현지시간) 도이치뱅크의 고(高) 리스크 채권 신용등급을 'B+'로 1단계 낮췄다.
특히 문제는 도이치뱅크만 위험한 게 아니란 점이다.
대부분의 유럽은행들이 ECB의 마이너스 금리 체제에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고, 원자재 상품이나 파생상품이 위험노출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독일의 코메르츠방크 역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이달들어 20% 가까이 급락했다. 또한 프랑스의 소시에트제너럴은 원자재 등의 상품 위험노출도가 업계 평균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손소현 연구원은 "유럽 민간은행들이 수익성 저하와 상품 위험노출에 흔들리고 있다"며 "유럽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유럽중앙은행은 추가 양적완화에도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이고, 마이너스 금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은행들의 재정건전성은 단기간 내에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