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 Korean

월스트리트저널 코리아에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일독을 권한다.

끝나버린 그리스와 중국의 ‘경제 신화’, 다음은 어디?

기사 중 흥미로운 대목을 발췌해본다.

유로존에 관하여.

 사실 그리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해요. 세계 전체 GDP의 0.3%에 불과합니다. 유럽의 1.8%고. 유럽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그다지 높지 않아요. 유럽 생산량이 세계 전체의 20%가 안 되거든요. 근데 그 작은 나라가 세계 금융시장을 몇 달 간 뒤흔들었죠.

 과장된 위기였을까요?

 하지만 잘 들여다 보면 국민 투표 이후에 흔들렸던 시장은 일주일만에 제자리로 돌아왔었어요. 결론이 나기도 전에. 그리스 사태에 대해서 시장이 왜 생각처럼 패닉하지 않았냐면 이미 상당 부분의 부채 구조조정이 이뤄져서 80% 정도는 이미 감가상각되었거든요.

 탕감?!

 탕감이 아니라 채무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채권자들이 갖고 있는 부채는 이미 구조조정을 한 거죠. 대차대조표 상에서는 이미 80%는 사라진 거죠.

 사실 채권단은 이미 떼인 돈으로 치고 손실 처리를 해버렸었단 거죠?

 그래서 민간 은행들이 갖고 있었던 부채의 50%는 EFSF(유럽재정안정기금)란 기구에서 흡수했고 ECB(유럽중앙은행)가 한 10% 갖고 있고 나머지 유럽 정부들이 20%, 그리고 아시는 것처럼 IMF(국제통화기금)니 뭐 이런 데서 나머지를 갖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들은 실질적인 위기에 대해 왜 위기 대응을 했던걸까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압력 탓이었죠.

 사실 그리스 사태는 유로존이라 지닌 한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잖아요. 사실 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는 건 통화 평가절하였지만 그걸 하지 못했어요.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남유럽 국가들로 이어질 공산이 있잖아요.

 전 장기적으로는 유로존이 깨지는 게 옳다고 보지만.

 어쨌든 이번엔 그렉시트를 막아내긴 했죠.

 단기나 중기적으로는 그리스로 인한 불안요인을 잠재웠기 때문에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와 같은 재정 불안 국가들을 상대하기가 수월해졌죠.

 그리스라는 작은 상대를 본보기로 유럽이 유로존 다지기를 했단 말씀이군요.

 그렉시트와 유사한 사태는 당분간은 좀 잠잠해질 걸로.

그리스 사태는 독일 사태

 하지만 유로화라고 하는 근본적인 불안 요인은 잠재돼 있잖아요.

 결국은 재정적인 자율권을 포기하고 재정통합을 하면 진정한 통합이 되겠죠. 밀턴 프리드먼이 1997년에 유로를 통합할 때 썼던 칼럼을 보면, 많은 시사점이 있어요. 그는 “출발부터 문제가 많아 유지 불가능한 시스템이다“라고 단정하죠. 독일이나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같은 나라들과 재정을 통합하길 원치 않죠.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독일일 수 있어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갈 게 아니라 독일이 나가야 한다고 얘기한 칼럼도 있더군요. 유로존 안에서 독일이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독일인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근면성 덕분이라고 말합니다만.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불완전한 시스템을 유럽인들이 추진하게 됐을까. 역사적인 맥락을 살펴 봐야 하죠. 유럽인들 입장에서 보자면 유럽은 여전히 세계의 화약고예요.

 20세기 초반에 두 번의 전쟁.

 그로 인해서 생긴 근원적인 공포감이 있어요. 우리는 절대로 상상조차 하지 못 하는.

 아이러니컬한 건, 그걸 막으려고 유로존을 창설했는데, 다시 한번 독일의 부상과 유럽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는 겁니다. 총성 없는 전쟁이란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만.

...

 그리스가 유럽을 떠난다면 그리스가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러시아거든요. 토마스 프리드만의 지정학적 분석을 인용해 보자면, 유럽은 끝났죠. 러시아는 마지막 발악을 할 거고. 터키는 벌떡 일어설 거고. 미국은 찬란할거고. 일본은 부활할 것이고 중국은 과대평가돼있고. 이런 구조에서 러시아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레버리지를 쓸 수 있죠.

"러시아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레버리지를 쓸 수 있죠" 는 "그리스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레버리지를 쓸 수 있죠" 오타인 듯 싶다.

중국에 관하여.

 이 얘기는 사실 시진핑 정권이 그동안 그렇게 틀어막으려고 했던 경기하강국면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보여주는 거 아니에요. 중국의 경우엔 대출에 의존한 주식 투자 비중이 10%가 넘어간다고 합니다. 현재 중국은 거품을 새로운 거품으로 막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게 글로벌 주식 시장 최고의 마진 트레이딩이에요.

 더 이상 중국이 침체상태에 들어갔다는 걸 외면할 방법이 없는 게 아닐까요.

 한때 중국 부동산 시장이 굉장히 뜨거웠잖아요. 그 다음에 버블이 일어 주식시장이에요. 모든 버블의 근본적인 동력은 공급된 유동성이인데, 중국의 유동성 공급은 사실 좀 이상한 구석이 있어요. 왜냐면 중국은 사실상 자국 통화를 미국 달러에 페그(고정)한 거나 다름없이 아주 좁은 폭의 변동 환율만을 허용하고 있어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양적완화를 끝냈잖아요. 그래서 중국의 통화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연준의 통화정책을 인민은행이 따라가야 하죠. 이게 경제학에서 말하는 임파서블 트리니티(Impossible Trinity: 다 얻을 수 없는 세 가지. 통화정책 독립성, 환율 안정, 자본자유화)죠. 하지만 중국은 계속 유동성을 공급하고 위완화 환율은 통제하고 있어요. 인위적인 환율 시장 개입을 하고 있죠. 하지만 결국 개입의 비용은 외환보유고의 감소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느 순간이 되면 위안화를 절하할 수 밖에 없는데 오늘 중국 인민은행이 드디어 위안화 환율을 절하해버렸죠.

 그것도 기습적으로. 1.86%나 한 번에.

 사람들은 이게 일회성 절하이길 바라지만 중국이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려면 통화 절하도 계속될 수 밖에 없어요.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중국 주식시장은 달리기 시작했죠. 개인들은 부자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천 만원을 넣고 20배를 기대하는 장이 시작된 거죠. 운이 좋으면 한 달이면 1,000만원이 2억이 된단 말이죠. 그런 식으로 부자들이 많이 나왔어요.

 거품이네요.

중국의 거품은 끝장을 본다

 그런 상황이 오니까 중국 정부도 딜레마가 있어요. 이 상황을 방지하면 버블이 터질 때 심각한 상황이 된다는 걸 중국 지도자들도 알아요. 그래서 개인들의 ‘마진 트레이딩(신용거래)’을 줄이려고 여러 가지 조치를 했죠. 하지만 그런 조치들로 인해서 주식이 폭락하니까 다음 날은 금리를 내리는 행태를 보였어요. 그러니까 메시지는 분명했어요. “주식시장을 부양할거다. 하지만 개인은 빚내서 괜히 끼어들지 말라.” 모순된 메시지를 몇 달 째 던진 거죠. 그러다 결국은 감당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시장이 하락하니까 취한 중국 정부의 조치는 되게 어리석은 것들이었어요. 5% 이상 보유한 대주주들이 6개월 동안 거래를 못 하게 막으니.

 중국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는 실력이 그 정도까지 될까요.

 모든 IPO를 연기시켜 버린다든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청) 한도를 높여준다든지. 사실 이런 액션들이 빨리 팔라는 반대 메시지를 던진 셈이었죠. 재미있는 건 지금 한 1,500개 정도의 종목들이 상하이와 심천 시장에서 거래 되는데, 이 중에 1000개가 중소형주예요.

 시한폭탄이란 얘기잖아요.

 200일 이평선이란 게 있어요. 120일 이평은 무너졌지만 200일 이평선은 계속 지지를 받고 있어요. 회사들에 의해 거래 정지된 기업들이 다시 거래가 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해요. 저는 중국시장의 버블은 한 1,2년 정도 최대 3년 정도 더 갈 수도 있다고 봐요.

 과연?!


 중국 정부가 풀어놓은 유동성을 보면 과연 이 정도로 버블이 끝날까 싶죠. 정황으로 봤을 때 2007년 중국 시장 버블보다 더 올라가게 될 것 같은 느낌은 있거든요. 하지만 다들 2007년 버블이 무너진 아픔이 있기 때문에 얼마 전 그 고점을 뚫을까 말까하다가 떨어진 거예요. 이걸 다시 올려 2007년 고점을 돌파하면 아마도 진정한 버블의 끝이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게 중국 정부가 원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고.

 하지만 역시 버블이구나, 하고 망가질 수도 있죠. 지금은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고. 제가 걱정하는 건 이번 주식 버블이 망가지고 난 후 중국은 상당히 암울한 시기에 들어갈 거라는 점이에요. 10년 혹은 그 이상의. 그 말이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거나 중국에서 일을 하거나 중국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중국의 시대는 끝입니다,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해왔던 미국을 압도하고 차세대 제국을 만들고 그런 형태는 더 이상 아닐 걸로 생각합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견해이다. 폴 크루그먼이 가지고 있는 견해와 유사해 보인다.